박달나무 눈 참, 밝다
문경새재 박달나무 한 그루
내 방 귀퉁이 옷걸이로 거듭났다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만 듣고 살다
이젠 내 잔소리까지 듣고 산다
나무가 옷 갈아입었다
옷이 나와 옷걸이 번갈아 입었다
낮에는 나를 입고
밤에는 옷걸이를 입었다
내가 옷걸이 옷을 입고
옷걸이가 내 옷을 입어도
옷은 걸림이 없다
팔다리 잘린 옷걸이
옷 걸쳐 입을 때마다
나의 팔다리는 떨어져 나갔고
해지고 터진 바짓가랑이 사이로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들렸다
나무가 옷을 입었다
옷이 나를 걸쳐 입었다
나는 옷걸이에 걸렸다
품도 소매도 없는 옷걸이에
어깨만 걸친 옷 한 벌 걸렸다
눈 밝은 *달달박박 옷 갈아입은 듯
박달이 입은 옷, 걸림이 없다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경을 듣는(聞經) 새재의, 이 아침
*달달박박 : 통일신라시대 노힐부덕과 쌍벽을 이룬 고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