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시국

自序

김욱진 2020. 11. 8. 21:10

自序

 

 

십여 년 전 낸 첫 시집 속에 ‘시마’ 라는 시 한 편 실었다가

이게 무슨 ‘시마’ 냐고 눈 밝은 선승께 호되게 꾸지람들은 적 있다.

이렇게 들통 다나버린 나의 시

이번에는 정통 시산맥에서 시혼 담은 시집 한 채 지어준다기에

넙죽 손 내밀었다, 시답잖은 거야 어쩔 도리 없고

시라고는 무시밖에 모르시던 어머니

살아생전 시집 한 권 손에 들고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내 아들이 쓴 시라고 자랑자랑하시더니만

시상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게 시라는 소문만 무성

그래도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며칠 전

내 손 꼭 잡고 시가 좋다, 시가 좋다

나 돌아가는 시가, 참 좋다

나 죽고 나면, 니 시상 널브러지는 세상 올끼다

……

삼가 어머님 영전에 이 시집을 받칩니다.

 

경자년 초가을

비슬산하 송림산방에서

김욱진 손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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