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序
십여 년 전 낸 첫 시집 속에 ‘시마’ 라는 시 한 편 실었다가
이게 무슨 ‘시마’ 냐고 눈 밝은 선승께 호되게 꾸지람들은 적 있다.
이렇게 들통 다나버린 나의 시
이번에는 정통 시산맥에서 시혼 담은 시집 한 채 지어준다기에
넙죽 손 내밀었다, 시답잖은 거야 어쩔 도리 없고
시라고는 무시밖에 모르시던 어머니
살아생전 시집 한 권 손에 들고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내 아들이 쓴 시라고 자랑자랑하시더니만
시상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게 시라는 소문만 무성
그래도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며칠 전
내 손 꼭 잡고 시가 좋다, 시가 좋다
나 돌아가는 시가, 참 좋다
나 죽고 나면, 니 시상 널브러지는 세상 올끼다
……
삼가 어머님 영전에 이 시집을 받칩니다.
경자년 초가을
비슬산하 송림산방에서
김욱진 손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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