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부지깽이 / 최정란

김욱진 2021. 1. 3. 14:06

부지깽이

최정란

 

 

아궁이에 몸을 넣어 불을 뒤집는다

아직 불붙지 않은 나무들과

이미 불붙은 나무들 한 몸이 되도록

멀리 있는 가지들 가까이 옮기고

바싹 가까운 가지들 틈을 벌린다

공기가 들어갈 틈이 불의 숨길이다

활활 타오르기 위해서는 너무 멀어도

너무 가까워도 안 된다

한 부분은 교차하듯 밀착되게

나머지 부분들은 엇갈리게 잡목과

장작에 다리와 각을 만들어준다

불꽃의 절정이 각을 무너뜨리면

불이 옮겨 붙은 나는 점점 짧아지고

더 이상 불을 뒤집을 수 없을 만큼

길이가 짧아지면 불 속으로 몸을 던진다

영원으로 날아오르는 불새 아니어도

인생의 질량만큼 불살랐으니 후회 없다

 

시집『장미키스』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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