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깽이
최정란
아궁이에 몸을 넣어 불을 뒤집는다
아직 불붙지 않은 나무들과
이미 불붙은 나무들 한 몸이 되도록
멀리 있는 가지들 가까이 옮기고
바싹 가까운 가지들 틈을 벌린다
공기가 들어갈 틈이 불의 숨길이다
활활 타오르기 위해서는 너무 멀어도
너무 가까워도 안 된다
한 부분은 교차하듯 밀착되게
나머지 부분들은 엇갈리게 잡목과
장작에 다리와 각을 만들어준다
불꽃의 절정이 각을 무너뜨리면
불이 옮겨 붙은 나는 점점 짧아지고
더 이상 불을 뒤집을 수 없을 만큼
길이가 짧아지면 불 속으로 몸을 던진다
영원으로 날아오르는 불새 아니어도
인생의 질량만큼 불살랐으니 후회 없다
시집『장미키스』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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