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글쎄
비슬산 오르다
우연히 암을 발견했다
등허리 쿡쿡 쑤신 그날
찍은 스냅사진 꼼꼼히 판독해 보니
곳곳에 화강암이다
암 중에서 제일 흔한 암
치밀어 오른 화를 삭이지 못해 생긴
암덩어리들이 몰래 계곡에 모여앉아
계추를 한다
그래서 암계 아니 암괴라 했던가
아니아니 안개처럼 스멀스멀 기어 내려오다
올망졸망 굳어진 암의 전이를 한눈에 다 보는 듯
불화살을 맞은 듯
온몸에 검은 세포가 점점이 박혀있다
얼굴색이 희읍스름하다
암 진단서처럼 빼곡 적혀있는 팻말엔
분명 비슬산 ‘암괴류-돌 너덜겅’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돌강과 애추라는 암
투병 중인 내게로
처방전이 전송되었다
화를 내면 낼수록 암
세포는 더 잘 번진다는…
암, 글쎄
-시인 뉴스 포엠 20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