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자
물속에 가라앉은 나무의자 하나
미라처럼
등을 바닥에 대고
못 한 모퉁이 조용히 누워있다
지나가다 언뜻 보면
평생 누군가의 엉덩이 치받들고
꼿꼿이 앉아 등받이 노릇만 하고 살다
이제 두 다리 쭉 뻗고 누워
노후를 편히 쉬는 듯한 모양새다
그 자세가 부러웠던지
물오리 떼 간간이 찾아와
근심 풀듯 물갈퀴 풀어놓고 앉아
쉬, 하다 가고
그 소문 들은 물고기들도
어항 드나들듯
시시때때로 와서 쉬었다 가는데, 저 나
무의 자는 더 이상
나무도 아니고, 의자도 아니다
앉으나 누워나, 성당
못 오가는 사람들 쉼터 되어주다
못 속으로 돌아가
못 다 둘러빠지는 그 순간까지
십자가 걸머지고 가는 나
무의 자는
나무로 왔다 의자로 살다
못으로 돌아간 성자
-2021 대구문학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