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시아문如是我聞
옥상 고무 다라이에다
고추 모종을 옮겨 심다, 문득
잡초 같은 생각 한 포기 불쑥 뽑아냈더니
지금, 누가, 여기까지 와서
주인 행세 하냐고
고추가 맵싸하게 호통을 쳤다
봐라, 잡초 없는 세상, 어디 있더냐
나는 너의 잡초
너는 나의 잡초
산전수전 다 겪으며 뿌리내리고
주렁주렁 자식 낳고
잠시 더부살이하다 떠나가는 이 마당
참 주인은
흙 한 무더기요
공기 한 숨이요
햇빛 한 줌이요
물 한 모금이요
저토록 무심히 베풀고 돌아가는
허공 보살님들께 경배하시라
고추는 고사하고 풀 한 포기 없을 터
우주 한 모퉁이
나라고 우겨대는 자 누구인가
초라한, 너무도 초라한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주병률의 문학 TV(2020.9.29.)
-2020 대구문학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