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 일기·7
김욱진
비슬산 기슭 양동마을
코로나 돈다는 소문에 노인정조차 문 다 걸어 잠그고
골목엔 땟거리 구하러 나온 고양이들만 간간이 돌아다닐 뿐
봄은 와서 개나리 벚꽃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이맘때면 쑥 캐서 장에 갔다 파는 재미가 쏠쏠하셨던 어머니
여차저차 생병이 나셨는지 속앓이를 하신건지
며칠째 먹지도 싸지도 못했다는 전화를 받고
부랴, 응급실로 모시고 가
구순 넘은 노구의 몸속을 면경알처럼 싹 다 훔쳐봤다
밥통 똥통 다 틀어 막혀 온통 의혹 덩어리로 울퉁불퉁
몇 달을 못 넘기실 것 같단다
암울한 그 소식 아랑곳 않고
의사 선생은 곧장 링거 꽂고 한 삼 일 굶으면 다 낫는다는
묘약 처방을 내렸다
암, 그러면 그렇지
구십 평생 병원 밥 먹고 누워 있어 본 적 없는데
내가 무신 코레라 빙이라도 들었나, 입마개하고 여기 갇혀 있게
이제 난 쑥이나 뜯으러 갈란다, 하시고는
화장실 들어가 온 바짓가랑이에다 똥오줌 술술 다 싸 붙이고서
야, 속이 시원하다 그러시지 뭔가
(2020 전세계 시인들의 코로나 공동시집 '지구에서 스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