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非비

김욱진 2020. 12. 5. 22:38

非비

김욱진

 

 

겉보기엔 이란성 쌍둥이 같고

아니, 지네 발가락 같고

아니 아니, 자물쇠 구멍 비비대는 열쇠 같은데

非는 아니다, 아니다 그런다

관상을 보니 올곧은 성품 타고난지라

아닌 것은 아니다, 딱 잘라 말하는 선비 기질이 있고

때로는 말머리 바짝 달라붙어

은근슬쩍 비비 꼬는 노비 기질도 있어

난데없는 시시비비에 곧잘 휘말릴 거 같다

(혹자는 非가 양비론적이라고 비아냥거리겠지만)

천생 非는 非다

주인 앞에서 바른말만 콕콕하는 비비

 

새의 양 날개가 똑같아 보여도

오른쪽 날개는 왼 날개로 쓰지 못하고

왼 날개는 오른쪽에 달지 못한다

서로 맞지 않아서

아니다, 아니다

서로 아니다, 라고 하지만

새는 왼쪽 오른쪽 날개 둘이 있어야 날 수 있다

 

너와 나도 그렇다

둘이 아니다 아니다, 우겨대면서도

하나가 아니다

좌우간에 非는

똑바로 놓고 봐도 非

거꾸로 뒤집어 놓고 봐도 非

둘이 하나다

 

(2020시인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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