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거울 보는 새

김욱진 2020. 12. 5. 22:41

거울 보는 새

김욱진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경구 한 줄 적힌 수돗가 거울 앞

참새 한 마리 날아와 앉아

두리번두리번 살피다

거울 뚫어지라 유심히 들여다본다

여기, 지금, 나는 누구인가

묻고 있는, 참

새는 나를 보더니

놀란 듯 민망한 듯

발가락 오므리고 쫑쫑 수돗가로 걸어가

똑똑 떨어지는 물 한 방울

콕콕 쪼아 먹고

거울 밖으로 훨훨 날아오른다

나는 새다

나는 새다

그러는 새, 나는

새는 수도꼭지만 멍하니 쳐다보다

거울 속으로 돌아갔다

안팎 없는 저, 허공

한 무더기 새는 또 어디로 돌아갔는가

 

(2022 김명배문학상 작품상, 2023 도동문학 작품상 선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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