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보는 새
김욱진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경구 한 줄 적힌 수돗가 거울 앞
참새 한 마리 날아와 앉아
두리번두리번 살피다
거울 뚫어지라 유심히 들여다본다
여기, 지금, 나는 누구인가
묻고 있는, 참
새는 나를 보더니
놀란 듯 민망한 듯
발가락 오므리고 쫑쫑 수돗가로 걸어가
똑똑 떨어지는 물 한 방울
콕콕 쪼아 먹고
거울 밖으로 훨훨 날아오른다
나는 새다
나는 새다
그러는 새, 나는
새는 수도꼭지만 멍하니 쳐다보다
거울 속으로 돌아갔다
안팎 없는 저, 허공
한 무더기 새는 또 어디로 돌아갔는가
(2022 김명배문학상 작품상, 2023 도동문학 작품상 선정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