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우리 / 오은

김욱진 2021. 3. 18. 07:35

우리

오 은

 


괄호를 열고
비밀을 적고
괄호를 닫고

비밀은 잠재적으로 봉인되었다

 

정작 우리는
괄호 밖에 서 있었다

비밀스럽지만 비밀하지는 않은

들키기는 싫지만
인정은 받고 싶은

괄호는 안을 껴안고
괄호는 바깥에 등을 돌리고
어떻게든 맞붙어 원이 되려고 하고

괄호 안에 있는 것들은
숨이 턱턱 막히고

괄호 밖 그림자는
서성이다가
꿈틀대다가
출렁대다가

꾸역꾸역 괄호 안으로 스며들고

우리는 스스로 비밀이 되었지만
서로를 숨겨 주기에는
너무 가까이 있었다

 

계간《시인수첩》 2018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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