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오 은
괄호를 열고
비밀을 적고
괄호를 닫고
비밀은 잠재적으로 봉인되었다
정작 우리는
괄호 밖에 서 있었다
비밀스럽지만 비밀하지는 않은
들키기는 싫지만
인정은 받고 싶은
괄호는 안을 껴안고
괄호는 바깥에 등을 돌리고
어떻게든 맞붙어 원이 되려고 하고
괄호 안에 있는 것들은
숨이 턱턱 막히고
괄호 밖 그림자는
서성이다가
꿈틀대다가
출렁대다가
꾸역꾸역 괄호 안으로 스며들고
우리는 스스로 비밀이 되었지만
서로를 숨겨 주기에는
너무 가까이 있었다
계간《시인수첩》 2018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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