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와 자전거
허수경
저 나무는 한번도 멈추지 않았네
저 자전거도 멈추지 않았네
사람들의 마을은 멈춰진 나무로 집을 짓고
집 속에서 잎새와 같은 식구들이 걸어나오네
멈추지 않는 자전거들의 동심원들은 자주 일그러지며
땅위에 쌓여갔네 나무의 거름 같은
동심원들 안에서 사람의 마을은 천천히 돌아가네
차륜의 부챗살에 한 그루의 그림자를 끼워 넣으며
자전거는 중얼거리네
멈춘 나무 사이에서 멈추지 않는 자전거가 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한 그루와 자전거가 똑같이 멈추는 건 얼마나 어려운가
천천히 멈추면서 한 그루가 되는 것은 얼마나 아려운가
시집 『혼자 가는 먼 집』,문학과지성사,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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