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부짖는 서정
송찬호
한밤중 그들이 들이닥쳐
울부짖는 서정을 끌고
밤안개 술렁이는
벌판으로 갔다
그들은 다짜고짜 그에게
시의 구덩이를 파라고 했다
멀리서 사나운 개들이
퉁구스어로 짖어대는 국경의 밤이었다
전에도 그는 국경을 넘다
밀입국자로 잡힌 적 있었다
처형을 기다리며
흰 바람벽에 세워져 있는 걸 보고
이게 서정의 끝이라 생각했는데
용케도 그는 아직 살아 있었다
이번에는 아예 파묻어버리려는 것 같았다
나무 속에서도
벽 너머에서도
감자자루 속에서도 죽지 않고
이곳으로 넘어와
끊임없이 초록으로 중얼거리니까
시집『분홍 나막신』,문학과지성사,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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