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경운기 소리 / 문인수

김욱진 2021. 6. 10. 09:47

경운기 소리

문인수

 

 

그 집 할아버지는 평생 농사만 지었다.

할아버지, 점심 때 집에 왔으나 할머니가 아직 오지 않아

대강 챙겨 자시고 다시 부지런히

경운기 몰고 밭으로 나갔다.

 

할머니, 아랫마을 갔다가 부랴부랴 집에 와 보니 에고, 이 양반,

맹물에 밥 말아 그냥

밥 떠 넣고 장 떠 넣고 한 눈치. 할머니 못내 속이 상해서

쯧, 쯧, 평소처럼 일거들 요량으로 한참 걸어 밭으로 나갔다.

 

할머니, 와락 달려들어 영감! 영감님을 부여안아 일으켰으나

119구급차가 도착했을 땐 이미

숨을 거두어 묻은 흙 묻은 손.

 

“오늘 아침엔 경운기 시동이 참 잘 걸리네요.”

“그래, 기분이 좋구만.”

별다른 뜻이 없어도 오래 아프게 된 말,

송사에 답사. 상가엔 꼭 상복을 입은 이별 장면, 별사가 따로 있다.

 

무쇠 팔 경운기 모는 소리도

먼 길 소실점처럼 이랴, 이랴⋯⋯ 멀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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