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말 / 김소연

반대말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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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처럼 사는 법에 골몰한다
컵에게는 반대말이 없다 설거지를 하고서
잠시 엎어 놓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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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의 반대말은 알 필요가 없다
모자를 쓰고 외출을 할 뿐이다
모자를 쓰고 집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게 가끔 궁금해지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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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동자 손길 입술, 너를 표현하는 너의 것에도 반대말은 없다
마침내 끝끝내 비로소, 이다지 애처로운 부사들에도 반대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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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어른이라고 부를 때
나를 여자라고 부를 때
반대말이 시소처럼 한쪽에서 솟구치려는 걸
지그시 눌러주어야만 한다
나를 시인이라고 부를 때에
나의 반대말들은 무용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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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변두리의 반대쪽을 알아채기 시작했을 때
지구에서 변두리가 어딘지 궁금한 적이 있었다
뱅글뱅글 지구의를 돌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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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컵처럼 사는 법이
거의 완성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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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함이 반대말을 떨어뜨린다
나는 컵을 떨어뜨린다
완성의 반대말이 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