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반란
김욱진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지, 뭐
이 말 엿들은 어떤 이는 몽니를 부렸고
또 어떤 이는 치를 떨었다
치심이 곧 민심인 이 세상
이간질하는 이들 다독이며 이 수리 센터 갔다
언제 뽑혀나갈지도 모르는 이들
위아래 닥지닥지 붙어 서서 난생처음 사진을 찍었다
저마다 표정이 사뭇 달랐다
나는 웃는다고 웃었는데, 이들은 비웃었다
개중엔 억지로 웃다 찡그린 이도 있었고
웃자, 웃자 그러는 이도 있었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이들, 속으로는 다 이 악물고 있었다
한 곳에 뿌리 내리고 살아온 이들
환갑 진갑 다 지나고 보니, 그 이가 그 이
온데 물어뜯고 할퀴며 땟거리 장만해주던 송곳니도
언제 어디서나 잘도 씹어재끼던 어금니도
사시사철 수문장 노릇하며 대문 든든히 지켜주던 대문니도
이 평생 더부살이해온 덧니도
비만 오면 생각나던 풋풋한 사랑니조차도
다 뻐드러졌고
올곧은 이의 흔적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이들 사이 골골이 끼어있는 나
씹어도 씹어도 씹히지 않는, 이보다 더 서러운 게 어디 있으랴
씹는 거 밖에 모르는 이들
잇몸 떠나면 죽는 줄만 알고 벌벌 떨며 살아온 이들
잇속까지 다 드러내고 누워 히죽히죽 나를 씹었다
이들의 반란이 시작되었다
(2022 월간문학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