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자년 말 고삐 잡고
말 엉덩이 툭, 쳐 봅니다
다급히, 지나가는 말처럼……
우리 속엔 말이 말을 물고 돌아다니는
코로나라는 말만 우글거렸어요
일 년 내내 우리는 그 말을 길들였지요
말 많은 나는 된서리를 맞았어요
우리 속에 갇힌 수많은 말들이 말문을 잃어버렸거든요
참다, 참다 못해 말꼬리라도 한번 슬몃 잡으면
그 말은, 말인즉슨
말이 아닌 비말 취급을 받고 말았으니 말이지요
말들은 다 숨죽이고 살 수밖에요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했던가요
말과 말 사이 오간 비말은
거짓말처럼 번졌어요
말이란 말에는 다 끼어들고
소문이란 소문은 다 퍼뜨렸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들은 말머리 돌리지 않고 말꼬리만 잘랐지요
아무도 그 말을 하지 않았어요
아니, 할 수가 없었지요
저기, 끄레기 벗고
뚜벅뚜벅 걸어오는 흰 소 앞에서, 코로
나를 훤히 꿰뚫어 볼
둥근 우주 같은, 코뚜레를 떠올려 봅니다
(2021 대구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