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개와 개나리 사이
무슨 연분이 있을 리도 만무하고
아파트 담벼락 활짝 핀 개나리 앞에서
산책 나온 개 두 마리
난리를 치네요
멀건 대낮
입마개한 사람들은
벚꽃 벗고-옷 그러며 지나가는데
누런 수캐는 혀를 빼물고
꽁무니 빼는 암캐 등에 확 올라탑니다
개 나리, 난
나리 쏙 빼닮은 개를 낳고 싶어요
코로나로 들끓는
이 난리 통에도, 참
사랑은 싹이 트네요
개 난리 통에
개나리는 참 난감했겠습니다
이 화창한 봄날
성이 차지 않은 게
어디 걔들뿐이었겠습니까 마는
사정없이 떠나는 봄도
어지간히 다급했나 봅니다
(2021 문경문학 1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