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어느 봄날

김욱진 2021. 4. 13. 10:28

어느 봄날

 

 

개와 개나리 사이

무슨 연분이 있을 리도 만무하고

아파트 담벼락 활짝 핀 개나리 앞에서

산책 나온 개 두 마리

난리를 치네요

멀건 대낮

입마개한 사람들은

벚꽃 벗고-옷 그러며 지나가는데

누런 수캐는 혀를 빼물고

꽁무니 빼는 암캐 등에 확 올라탑니다

개 나리, 난

나리 쏙 빼닮은 개를 낳고 싶어요

코로나로 들끓는

이 난리 통에도, 참

사랑은 싹이 트네요

개 난리 통에

개나리는 참 난감했겠습니다

이 화창한 봄날

성이 차지 않은 게

어디 걔들뿐이었겠습니까 마는

사정없이 떠나는 봄도

어지간히 다급했나 봅니다

 

(2021 문경문학 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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