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不二·2
김욱진
맨발로 숲길을 걷는다
더럽게 맨발로 와서
온 숲을 오염시키느냐고
새들은 재잘재잘
돌멩이들도 구시렁구시렁 딴지를 건다
한 발 한 발 뗄 때마다
어떤 흙은 새끼발가락 새로 끼어들어
이 발가락새끼 간지러워 미치겠다며
깔깔 웃어재끼고
또 어떤 흙은 발바닥에 살살 달라붙어
젖먹이처럼 칭얼거린다
살과 살 사이
끼어들고 달라붙는 건
너나 나나 마찬가지
나는 흙의 발가락이 되고
흙은 나의 발바닥이 되는 순간
나의 발은 순한 흙발이 된다
흙이 숲길을 걷는다
맨발로
걸으니, 그러니
심사가 둘이 아님을, 뼈저리게
발가락은 오므라들었고
발바닥은 펴졌다
나도 모르게
외진 숲길 한 모퉁이서
맨발과 맨흙이 조용히 만나
둘이 하나가 된다
숲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