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까치 설날

김욱진 2022. 5. 12. 23:20

까치 설날

 

 

설이, 설익은 설이 

감나무골 둥지 틀고 사는 

까치네 동네까지 설설 왔네요

까치발 들고 이 집 저 집 

묵은 세배하며 돌아다니던 섣달그믐날

까치는 장돌뱅이 김 영감네 처마 밑

서리서리 엮어둔 과메기 한 동가리 쪼아 먹고, 꾸벅

옆집 꼬부랑 할머니

장독대 위 정안수처럼 떠놓은 감주 한 모금    

고수레하듯 던져준 콩강정 한 조각 받아먹고, 꾸벅꾸벅

봉당에 벗어둔 꼬마아이 코고무신 한번 신어보고도, 꾸벅

오늘은 우리우리 설날이라며

마냥 설레던 밤

잠자면 눈썹 센다고

온 동네 소꿉친구 다 모여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 천두만두 두만두

각설이 타령하듯 흥얼거리며

밤새 잠 설쳐댄 까치 설날

이 설도 머잖아

눈 녹듯 사라져버리겠지요

 

(2022대구문학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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