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골마을
김욱진
물빛 시회 연다는 소문만 듣고
꼭꼭 숨겨진 옻골 어렵사리 찾아갔다
북에는 팔공산 동에는 검덕봉
서로는 긴 등이 못 안골까지 이어져
병풍처럼 펼쳐지고
남으로는 느티나무 고목들이 숲을 이룬 옻골
사방을 둘러봐도
옻나무 한 그루 눈에 띄지 않는데
옻골이라고
마을 들머리 옷걸이처럼 걸렸다
금세 나는 옻에 닿았다
'칠하다' '칠흑 같다' 라는 말, 문득
시절 인연처럼 왔다 간다
그래, 오늘의 시제는 '칠하다'가 좋겠어
양지는 음지를 칠하고
음지는 양지를 칠하며
사백 성상 뿌리내린 경주최씨 세거지
옻나무 골까지 왔으니
이참에, 옻닭이라도 한 마리 푹 꽈먹고
여태 썩고 썩은 속 옻칠이나 해둬야겠다
대암산 꼭대기 우뚝 솟은 거북바위 등처럼
거무죽죽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