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홍길동이 성춘향에게 / 이종근

김욱진 2022. 5. 26. 15:30

홍길동이 성춘향에게

이종근
 
 
내게도 봄내 그윽한 매화인 듯 나눠 주겠소
연거푸 몇 번 속내 드러내듯
프러포즈하는 서찰 꼬깃꼬깃해서 보냈건만
 
따뜻한 공깃밥 구경은커녕
편히 잠 이룰 수 없는 밤이 길었소
 
나 역시도 아버지 정이 진정 그리워
어린 나이 내내 회앓이로 아팠고
한동안 피 토하듯 소낙비로 울었소
 
광한루원(廣寒樓園) 곳곳이 풋바람 나고
요천(蓼川)의 흐르는 물 건너는
각기 다리마다 후들후들하오
 
그 변치 않을 절개 때문에 남원골 찾아왔소
본디 내 족보는 열에 아홉 중 탐탁지 않고
가슴팍에 숨긴 마패의 힘이 없어도
 
애끓는 순정은 과히 그넷줄의 품 넘친다오
어서 강 따라 바다 건너 평등 이룬 섬
 
저어기 율도국(栗島國)으로 함께 가오
서자(庶子)의 격한 울분이고 차분한 반란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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