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이 성춘향에게
이종근
내게도 봄내 그윽한 매화인 듯 나눠 주겠소
연거푸 몇 번 속내 드러내듯
프러포즈하는 서찰 꼬깃꼬깃해서 보냈건만
따뜻한 공깃밥 구경은커녕
편히 잠 이룰 수 없는 밤이 길었소
나 역시도 아버지 정이 진정 그리워
어린 나이 내내 회앓이로 아팠고
한동안 피 토하듯 소낙비로 울었소
광한루원(廣寒樓園) 곳곳이 풋바람 나고
요천(蓼川)의 흐르는 물 건너는
각기 다리마다 후들후들하오
그 변치 않을 절개 때문에 남원골 찾아왔소
본디 내 족보는 열에 아홉 중 탐탁지 않고
가슴팍에 숨긴 마패의 힘이 없어도
애끓는 순정은 과히 그넷줄의 품 넘친다오
어서 강 따라 바다 건너 평등 이룬 섬
저어기 율도국(栗島國)으로 함께 가오
서자(庶子)의 격한 울분이고 차분한 반란이오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나라의 옷감 / 예이츠 (0) | 2022.06.13 |
---|---|
숲에 살롱 / 최은우 (0) | 2022.06.01 |
오월 / 유홍준 (0) | 2022.05.25 |
덤 / 길상호 (0) | 2022.05.15 |
손님 / 오탁번 (0) | 2022.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