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
길상호
감자 한 바구니를 사는데
몇 알 더 얹어주며 덤이라 했다
모두 멍들고 긁힌 것들이었다
허기와 친해진지 오래인 혼자만의 집,
이 중 몇 개는 냉장고 안에서 오래 썩어가겠구나 생각하는
조금은 비관적인 저녁이었다
덤은 무덤의 줄임말일지도 모른다고
썩어가기 위해 태어난 감자처럼 웅크리며 걸었다
하긴 평균연령 40세를 넘지 못하던 시대가
바로 얼마 전이었는데
나는 지금 덤으로 살고 있는 것
아니지 덤으로 썩고 있는 것
상처를 모르는 철없는 싹처럼
노을 뒤에서 별 하나가 겨우 돋았다
덤으로 받아든 감자 몇 알이
추가된 삶의 과제처럼 무거운 길,
한 번도 불을 켜고 기다린 적 없는 집은
오늘도 무덤처럼 조용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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