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바이러스 / 조영심

김욱진 2022. 10. 20. 00:41

바이러스

조영심

 

 

산 사람만 걸리겠나

숨구멍을 여닫고 살아야 하는 목숨들

네발짐승

날개 달린 것들도 걸려서

소도 돼지도 닭도 오리도

그것도 떼로 걸리면

오고 가는 문을 닫아걸고

산 채로 묻어 버리지 않던가

꼼짝 못 하고 서 있는 나무도 풀도 걸린다

나무가 떼죽음을 당하고

곡식이 부스러지듯 쓰러지고

꽃이 피다가 누렇게 뜬다

신음도 내지 못하고

서서히 쪼그라져 끝내 숨이 밭아 버린다

서로 씨를 말릴 수도 있지

서로 씨가 마를 수도 있지

보이든 보이지 않든

서로의 줄에 매달려 있는 것들

하나를 끌면 모두가 끌려오는 인드라망

이 목숨줄

그 주인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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