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탄 쿠쿠
장하빈
홈플러스 들러 쿠쿠 전기밥솥 사서 짐받이의자에 앉히고
자전거 탄 풍경 노래 흥얼거리며 돌아오네
달카당달카당 바퀴가 구를 때마다 밥솥이 굴러 떨어질세라
신주단지 모시듯 부둥켜안고서 어르고 달래며 집으로 오는 길
오고 가는 모든 것도 때가 있다는 시절인연 떠올려 보네
신혼살림 장만으로 집에 처음 들였던 쿠쿠!
우리네 식구에게 이밥 메밥 진밥 된밥 지어 바치느라
끼니때마다 새하얀 탄성 질러대던 쿠쿠!
이따금 탈도 나고 고비고비 잘도 넘겼다만, 십 년이면 입맛도 변하는가
나에게 넌 해질녘 노을처럼,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네*
나 이제 너를 동네 고물상으로 보내고, 엉덩이 탐실한 새색시 맞아
꽃가마 대신 자전거 태우고 덩실덩실 어깨춤 추며 돌아오네, 내 사랑 쿠쿠!
*자전거 탄 풍경의 노래 ‘너에게 난, 나에게 넌’ 가사 일부 변용
(2022 시와 경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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