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전령
이진엽-
흐르는 시간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얇은 막(幕)이 있는 것인가
여름, 그것이 끝나가는 길목이 그러하다
무엇인가 작은 드릴로 구멍을 뚫는 듯한 소리
똘똘똘 똘똘똘
그 소리에 투명한 막이 찢어지고
한 계절이 바뀌는 소식이 개울물처럼 밀려든다
조그만 미물 하나가
가녀린 촉수로 시간의 벽을 뚫고
맨 먼저 우주의 섭리를 이끌고 오는 저 소리
천지는 무심한 침묵 중에서도
이렇듯 어김없이 소리의 전령을 보내며
세계의 귀 먹은 밤을 열어 준다
귀뚜라미, 그 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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