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소리의 전령 / 이진엽

김욱진 2023. 2. 17. 21:37

소리의 전령

이진엽-

 

 

흐르는 시간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얇은 막(幕)이 있는 것인가

여름, 그것이 끝나가는 길목이 그러하다

 

무엇인가 작은 드릴로 구멍을 뚫는 듯한 소리

똘똘똘 똘똘똘

그 소리에 투명한 막이 찢어지고

한 계절이 바뀌는 소식이 개울물처럼 밀려든다

 

조그만 미물 하나가

가녀린 촉수로 시간의 벽을 뚫고

맨 먼저 우주의 섭리를 이끌고 오는 저 소리

 

천지는 무심한 침묵 중에서도

이렇듯 어김없이 소리의 전령을 보내며

세계의 귀 먹은 밤을 열어 준다

귀뚜라미, 그 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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