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이복규
네가 떠나고 다시 볼 수 없을 때 나는 함양에 갔다고 할 것이다 함양시장 입구 황태해장국집 지나 가을볕에 꼬들꼬들 잘 마른 할머니들이 내놓은 산약초 좌판을 지나 병곡순대 집에 갔다고 할 것이다
오다가 진주 중앙시장 사거리 리어카에 튀김옷 입고 끓는 기름에 정갈하게 몸을 눕힌 새우와 고추를 한입 물고 골목 안 제일식당을 지나 하동집에서 양은냄비에 졸복 지리 한 그릇 먹고 왔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어디로 갈지 몰라 서성거리다가 해질녘 남강 둔치에서 유등을 한참이나 보았다고, 축제마다 떠돌던 각설이들 다 팔아도 남는 것도 없던 사람들 등 뒤로 해 지는 남강을 바라보며
거제로 돌아와 처음 신혼살림을 차렸던 능포, 새마을식당 지나 어린 딸을 업고 해풍을 잠재웠던 방파제에 앉았다가, 낚시꾼에게 오늘 무슨 고기가 많이 잡히냐고 물어 보았다고 말할 것이다 텅 빈 어망에 내 마음 머물렀다고
십월의 비읍이 바람 따라 사라진 시월,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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