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문학창작촌
장석남
내가 든 방에는 두어 뼘 北窓이 있어서
겨울 바라보기가 수월하겠구나 하였다
늙은 소나무들 열 짓지 않고 들쑥날쑥 섰는데
모든 푸른 빛을 나누어 나의 큰 앞창문 물들여 주었다
젊은 작가 하나와 비탈에서 마주쳐
버들잎 같은 웃음 보아 좋았는데
들어와 거울 앞에 서 보니
옷을 뒤집어 입었군
김치 깎두기에 밥통 밥을 다 퍼먹고
지난 달력을 뜯어내어 뒷면에 시를 적는다
돌부리에 부딪혀 까맣게 죽은
왼쪽 엄지 발가락에 대하여, 또
그 발톱 속에 뛰노는 은빛 물고기떼에 대하여
시를 적는다
목련은 보고 나가시려나?
한 시인은 이런 말을 했었다
一說에 의하면 여기 목련은
一千 乃至 二千 年에 한 번씩 솟는다지
北窓 아래 앉았으나 바뀐 주소에 의하면
千겹 목련 메아리의 쉰 번째 골짜기
새로 난 발톱을 떼깍떼깍 깎고 앉아
묵은 시를 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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