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동측백나무 숲
속 어지간히 썩었을 거 같다
수백 년 척박한 땅에 뿌리내리고
자수성가한 도동측백나무 숲
천연기념물 1호라는 칭호마저 잃어버렸다니
어쩌겠나, 국보 1호 숭례문도
보물 1호 흥인지문도
다 그렇게 되고 말았는 걸
그나저나, 숫자에 불과한 호칭이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도동 주인 노릇하고 살아온 측백나무 틈새로
말채나무 쇠물푸레나무 자귀나무 소태나무
층층나무 회화나무 골담초나무 난티나무……
도통 듣도 보도 못한 타성바지 나무들이
천연스럽게 비집고 들어와
우후죽순처럼 자라고 있다는 후문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파하듯
누군가 잘 되는 꼴 보면
그저 시샘하고 헐뜯는 우리네 세상
어디, 나무들이라고 별반 다르랴
(2023 천연기념물 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