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김욱진
등나무 아래서
등 굽은 할머니 두 분
마주보고 앉아 주고받는 얘기
등 너머로 엿듣는다
지난 번 디스큰가 뭔가 튀어나왔다더니
수술은 했어?
아니, 가끔 다리 좀 저려도
그냥 등 굽히고 살기로 마음먹었어
드나나나 등 굽히고
꾸벅꾸벅 절하며 지내보니
아들 딸 며느리도 좋아하고
손주 녀석들까지 다 좋아하던데, 뭘
등 꼬장꼬장 세우고 살 때보다
용돈받기도 영 수월하고, 하여튼 그래
그늘 드리워진 등 한쪽, 써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