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은행나무 / 박형권

김욱진 2025. 1. 9. 14:52

은행나무

박형권

 

사람 안 들기 시작한 방에 낙엽이 수북하다

나는 밥할 줄 모르고,

낙엽 한 줌 쥐여주면 햄버거 한 개 주는 세상은 왜 오지 않나

낙엽 한 잎 잘 말려서 그녀에게 보내면

없는 나에게 시집도 온다는데

낙엽 주고 밥 달라고 하면 왜 뺨 맞나

낙엽 쓸어담아 은행 가서 낙엽통장 만들어달라 해야겠다

내년에는 이자가 붙어 눈도 펑펑 내리겠지

그러니까 젠장,

이 깔깔한 돈 세상에는

처음부터 기웃거리지도 말아야 하는 것이었다

아직도 낙엽 주워 핸드백에 넣는 네 손 참 곱다

밥 사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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