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곡지盤谷池
저 버드나무 오래전
못 둑을 돌다가 뭐가 급해서
반은 바깥에서
반은 물속에서
발 담그고 멈춰버렸나
하기야 사람도
세상 일 반은 발 담그고 서있는 일 허다했다지만
이도 저도 아닌 것이
평생 물속에 발목 잡힌
저 버드나무만 할까
소반 위에 차린 봄나물처럼
나풀나풀 연두로 식욕을 불러오는지
반은 걸어가고
반은 멈춰서 있던 사람들
배고프다고 밥이나 먹고 가잔다
예나지나 밥상 앞에서는
양반도 상놈도 없을 텐데
왕버드나무 앞에서
반말 툭툭 뱉으며 지나가는 걸 보니
필시 여기선 왕씨가 종노릇하고 사는가 보네
반곡지 돌고 돌아
반쯤은 지친 그림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반곡지반곡지 중얼거렸더니
소반 위에 물 한 바가지
반곡지는 보이지 않고
앞사람 뒤꼭지만 자꾸 보이네
하마터면 이 봄날
반곡지 풍경에 빠져
평생을 반쪽으로 살 뻔했네
*반곡지 : 경북 경산시 남산면 반곡리에 있는 못
(2025 시하늘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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