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새에 대한 생각/천양희

김욱진 2011. 4. 29. 17:55


      새에 대한 생각
       천 양 희



새장의 새를 보면

집 속의 여자가 보인다

날개는 퇴화되고 부리만 뾰족하다

사는 게 이게 아닌데

몰래 중얼거린다

도대체 하늘이 어디까지 갔기에

가도가도 따라갈 수 없다 하는지

참을 수 없이 가볍게 날고 싶지만

삶이 덜컥, 새장을 열어젖히는 것 같아

솔직히 겁이 난다

시작이란 그래, 결코 쉬운 일이 아닐테지


새 중에서 제일 작은 벌새들도

이름없는 잡새들도

하늘 속으로 몸을 들이미는데

귀싸대기 새파란 참, 새가

아, 안 된다 바람 속에 날개를 털어야 한다

일어나 멀리 날 때 너는 너인 것이다

기어코 내 자신이 되는 것

그것이 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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