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4월의 가로수/김광규

김욱진 2011. 6. 15. 09:27

  4월의 가로수

   김광규

 

 

머리는 이미 오래 전에 잘렸다

전깃줄에 닿지 않도록

올해는 팔다리까지 잘려

봄바람 불어도 움직일 수 없고

토르소처럼 몸통만 남아

숨막히게 답답하다

라일락 향기 짙어지면 지금도

그날의 기억 되살아나는데

늘어진 가지들 모두 잘린 채

줄지어 늘어서 있는

길가의 수양버들

새 잎조차 피어날 수 없어

안타깝게 몸부림치다가

울음조차 터뜨릴 수 없어

몸통으로 잎이 돋는다

 

 

*토르소 : 머리와 팔다리가 없이 몸통만으로 된 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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