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다리 위에서/이용악

김욱진 2011. 6. 15. 15:20

      다리 위에서

                                    이용악

 

 

바람이 거센 밤이면

몇 번이고 꺼지는 네모난 장명등을

궤짝 밟고 서서 몇 번이고 새로 밝힐 때

누나는

별 많은 밤이 되어 무섭다고 했다

 

국수집 찾아가는 다리 위에서

문득 그리워지는

누나도 나도 어려선 국수집 아이

 

단오도 설도 아닌 풀벌레 우는 가을철

단 하루

아버지의 제삿날만 일을 쉬고

어른처럼 곡을 했다

 

 

  *장명등 : 대문 밖이나 처마 끝에 달아 두고 밤에 불을 켜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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