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고향의 천정/이성선

김욱진 2011. 6. 15. 15:25

     고향의 천정

                                  이성선

 

 

밭둑에서 나는 바람과 놀고

할머니는 메밀밭에서

메밀을 꺾고 계셨습니다.

 

늦여름의 하늘빛이 메밀꽃 위에 빛나고

메밀꽃 사이사이로 할머니는 가끔

나와 바람의 장난을 살피시었습니다.

 

해마다 밭둑에서 자라고

아주 커서도 덜 자란 나는

늘 그러했습니다만

 

할머니는 저승으로 가버리시고

나도 벌써 몇 년인가

그 일은 까맣게 잊어버린 후

 

오늘 저녁 멍석을 펴고

마당에 누우니

 

온 하늘 가득

별로 피어 있는 어릴 적 메밀꽃

 

할머니는 나를 두고 메밀밭만 저승까지 가져가시어

날마다 저녁이면 메밀밭을 매시며

메밀꽃 사이사이로 나를 살피시고 계셨습니다.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옹/박정남  (0) 2011.06.21
기침/류인서  (0) 2011.06.15
다리 위에서/이용악  (0) 2011.06.15
다시 목련/김광균  (0) 2011.06.15
규원가/허난설헌  (0) 2011.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