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사
김욱진은 연기(緣起)의 시인이다. 연기란 직접적 원인과 간접적 연에 의하여 모든 현상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학교 간 아들놈 마중 갔다 돌아오는 길에/경운기 바퀴자국 꽉 물고/떨며 누워 있는 어린 나무 한 그루 만났지”(「인연」)에서도 인연의 만남을 볼 수 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순간에 마주친 “선운사 동백나무”도 인연이다. a가 b의 아버지라면 a와 b 사이에는 부자관계가 성립되고, 그 관계를 R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aRb" 라는 관계가 성립된다. 김욱진은 관계 또는 인연(헤투 프라트야야 hetu-pratyaya)의 빛을 찾는 시인이다.
-문덕수(시인)
예술가로서 시인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에 대해서 어떻게 글을 쓰는가 하는 문제이다. 우리가 시인 김욱진을 주목하는 것은 그가 시작부터 자기의 세계를 튼튼히 구축하고 불교 사상에 나타난 여러 가지 가르침을 하나의 상징체계로 엮어, 인간의 자기 정화(淨化)라는 도덕적인 문제를 자신의 삶의 경험과 남다른 통찰력을 통해 남다르게 구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그가 불교에서 나타난 도덕적인 문제를 속세에서 나타난 현상에서 발견한 이미지와 은유로서 형상화하지 못하고 교훈주의적인 도그마에 빠지게 되었으면, 지금과 같은 시적인 성공을 이룩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태동(서강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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