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수능 하루 전

김욱진 2010. 5. 22. 10:06

      수능 하루 전

 

 

 

 

책들이 먼저 시험에 든다, 하느님의 뜻일까?

마대 속 어딘가 짓눌려 있을 성경책은 지금도

고통 받는 자들의 마음 위로하고 있을까

 

책들, 아무런 죄목도 없이

형장으로 끌려가는 양심수 같다

각진 계단 둘둘 굴러 내릴 때마다

붉은 수갑 찬 문장들이 뼈마디 사이로

절룩절룩 걸어 나온다

어둠의 아가리 속에서 되살아난 하루살이처럼

 

한 번의 시험으로 나란히 줄 서야할

운명의 격전장 한 구석에서

마른번개가 휘몰아친다

 

일순, 창문 너머로

속옷 나부끼며 뛰어내리는 저,

저것들의 몸짓

 

 

 

        (주변인과 시 2010년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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