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장
묘목원에서 자란 나무들이
나무시장에 모여 흥정을 기다린다
높고 넓은 곳 향해 저마다 길을 내며
가지를 뻗지만
비바람 치고 멀미할 땐 피붙이조차 귀찮다
나무는 제 때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바람이 뭔지도 모르는
어린 나무가 나무의자에 앉아 모가지를 친다
솎아내고 솎아져야할 나무시장
눈치작전으로 달아오른다
웃자란 가지는 키 작은 나무의 눈치를 보고
곁가지는 몸통의 눈치를 본다
함께 살거나 함께 쓰러지고 싶은 나무들의 간절한
기도가 듬성듬성 빈자리에 깔리는데
헛기침 소리를 답안지에 받아 적는 저 고요!
나는 나무와 나무 사이 오가며
잘려나가는 가지 주워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