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목원에서
울타리를 뛰어 넘을 수 없는
꽃들의 감옥
무슨 죄로 붙들려 왔을까
푸른 수의에 이름표를 달고
꾹꾹 입 다물고 있다
일찍이 종신형을 받았는지
가까이 다가가 보니 명자라고 적혀 있다
빨간 입술에서 촉촉한 웃음이 연신 새어나오는
빼어난 인물의 저 여자
다소곳한 품새로 봐선
폭행이나 절도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철사 줄로 결박된 저 여자의 죄명이 무엇일까
한참 골똘하고 있는데
꿀 따러 온 벌떼의 등살에 주춤 물러선다
한 철 바람피우고
얼굴도 들지 못하는 101호 여자가 왜, 문득, 생각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