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채널

대구 수목원에서

김욱진 2013. 10. 17. 20:47

 

        대구 수목원에서

 

 

 

 

울타리를 뛰어 넘을 수 없는

꽃들의 감옥

무슨 죄로 붙들려 왔을까

푸른 수의에 이름표를 달고

꾹꾹 입 다물고 있다

일찍이 종신형을 받았는지

가까이 다가가 보니 명자라고 적혀 있다

빨간 입술에서 촉촉한 웃음이 연신 새어나오는

빼어난 인물의 저 여자

다소곳한 품새로 봐선

폭행이나 절도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철사 줄로 결박된 저 여자의 죄명이 무엇일까

한참 골똘하고 있는데

꿀 따러 온 벌떼의 등살에 주춤 물러선다

한 철 바람피우고

얼굴도 들지 못하는 101호 여자가 왜, 문득, 생각날까

 

 

 

 

 

'♧...행복 채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능시험장  (0) 2013.10.17
교원평가제   (0) 2013.10.17
선인장   (0) 2013.10.17
우포늪  (0) 2013.10.17
4월, 우포늪  (0) 2013.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