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채널

수능시험장

김욱진 2013. 10. 17. 20:49

     수능시험장

 

 

 

묘목원에서 자란 나무들이

나무시장에 모여 흥정을 기다린다

높고 넓은 곳 향해 저마다 길을 내며

가지를 뻗지만

비바람 치고 멀미할 땐 피붙이조차 귀찮다

나무는 제 때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바람이 뭔지도 모르는

어린 나무가 나무의자에 앉아 모가지를 친다

솎아내고 솎아져야할 나무시장

눈치작전으로 달아오른다

웃자란 가지는 키 작은 나무의 눈치를 보고

곁가지는 몸통의 눈치를 본다

함께 살거나 함께 쓰러지고 싶은 나무들의 간절한

기도가 듬성듬성 빈자리에 깔리는데

헛기침 소리를 답안지에 받아 적는 저 고요!

나는 나무와 나무 사이 오가며

잘려나가는 가지 주워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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