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하루 전
책들이 먼저 시험에 든다, 하느님의 뜻일까?
마대 속 어딘가 짓눌려 있을 성경책은 지금도
고통 받는 자들의 마음 위로하고 있을까
책들, 아무런 죄목도 없이
형장으로 끌려가는 양심수 같다
각진 계단 둘둘 굴러 내릴 때마다
붉은 수갑 찬 문장들이 뼈마디 사이로
절룩절룩 걸어 나온다
어둠의 아가리 속에서 되살아난 하루살이처럼
한 번의 시험으로 나란히 줄 서야할
운명의 격전장 한 구석에서
마른번개가 휘몰아친다
일순, 창문 너머로
속옷 나부끼며 뛰어내리는 저,
저것들의 몸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