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채널

슬픈 향수

김욱진 2013. 10. 17. 21:03

    

        슬픈 향수

 

 

 

 

논밭 갈고 쓰레질하던 시절이 좋았지

주인어른 말씀 등에 지고 5일장 따라가

좌판에서 과부 손목 붙잡고 노닥여도

끔뻑끔뻑 눈감아주었지

낳지도 않은 송아지 잡히고

외상술 들이켜는 맛이

여물죽처럼 구수해보였지

흘러내린 과부젖가슴 훔쳐보며

질금질금 침 흘려도

집에 가서 일러바치지 말라는

하늘같은 약속 되새김질했지

 

언제부턴가

썩은 볏짚조차 궁한 시멘트 바닥에서

집단 옥살이가 시작되었지

물 건너온 생식사료로

살만 피둥피둥 찌우더군

죽음보다 깊어지는 눈망울을

읽을 줄 모르더군

우울증에다 구제역까지

 

한 세상 놀고먹는 팔자

어디 쉬운 일인가

그게 다 놈들의 수작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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