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유가들녘
설마 했던 논두렁이 다 뭉그러졌다
‘난, 여기가 산 좋고 물 좋은 땅인 줄만 알고
여태 살았는디, 터가 쌔긴 쌘가벼
요즘 들어 잠이 통 오질 안능걸 보만
테크노란 놈이 뭔디, 온 논바닥 다 까발리고
늙은 것들 맘 요토록 찢어놓는 겨’
들판은 온통 혁명의 도가니다
투기 맛을 본 철새들은
약삭빠르게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렸다
여기저기 꽂힌 붉은 깃발 눈치 보며
간간이 찾아오던 두루미 떼마저
발걸음 뚝 끊겼다
21세기 최첨단 옷 갈아입는
유가 들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