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흥서원*에서
명심보감 신도비각 아래
까치 한 마리 죽어있다
38도를 웃도는 초복 날이다
외상 흔적도 없는데
더위 먹었을까
코빼기 안디미는 새끼 기다리다
굶어죽었을까
자식 노릇하는 놈 요즘 보았냐고
버드나무 둥지서 까치가 꾸짖어댄다
오뉴월 염천에 땅 냄새 맡은 벼 이야기며
쌀 수확 좋으면 송아지 한 마리 살 것이라는
환한 소식만 전하는 일 천직으로 여겼을
김 할아버지의 주검이 발견된 곳은
감나무 보양탕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폐가였다
마른 몸 썩는 냄새 등천한다
진상조사 나온
똥파리만 들끓는다
*인흥서원 : 최초 명심보감을 쓴 고려 충신 추적 선생을 모셔둔 곳으로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 730번지에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