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채널

옻나무

김욱진 2013. 10. 17. 21:17

    

     옻나무

 

 

 

너는

수줍어하는 나의 사타구니에

불 질러놓고 달아난 방화범 아니더냐

공소시효가 지난 지 수 십년이 흘렀다만

너는 아직도 나의 수사선상에 있다

한 때, 비슬산 속으로 숨어들어

붉나무 행세하며 돌아다닌다는 풍문에

사기죄로 긴급 체포하려고도 마음먹었지

그러고 가만 생각해보니

관에 옻칠하며 산다는

너의 검은 손아귀에

내가 먼저 붙잡혀갈 것 같은

예감이 자꾸 들어

널 밖에서

널, 불기소 처분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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