닳은 소리
마대자루 속에 처박아 뒀던
날개 잃어버린 선풍기
한 철 얼굴 마주한다
먼지조차 제대로 털어준 적 없는
너의 뼈마디가 얼마나 쑤시겠느냐
네 날개를 달고 태어났어도
주인 잘못 만난 탓에 활개 한 번 치지 못했으니
때로는 얼마나 바람피우고 싶었겠느냐
지울 수 없는 바람의 흔적
조용히 철망 밖에서 들여다본다
산다는 것
무뎌지는 그 날까지
날 세워 돌고 돌다
뼛속 파고든 바람 되삼키는 일
헛바퀴 돌리듯
나의 왼 무릎에서
관절 닳은 소리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