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채널

닳은 소리

김욱진 2013. 10. 17. 21:19

 

 

      닳은 소리

 

 

 

 

마대자루 속에 처박아 뒀던

날개 잃어버린 선풍기

한 철 얼굴 마주한다

먼지조차 제대로 털어준 적 없는

너의 뼈마디가 얼마나 쑤시겠느냐

네 날개를 달고 태어났어도

주인 잘못 만난 탓에 활개 한 번 치지 못했으니

때로는 얼마나 바람피우고 싶었겠느냐

지울 수 없는 바람의 흔적

조용히 철망 밖에서 들여다본다

산다는 것

무뎌지는 그 날까지

날 세워 돌고 돌다

뼛속 파고든 바람 되삼키는 일

헛바퀴 돌리듯

나의 왼 무릎에서

관절 닳은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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