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산소에서
할머니 산소에 벌초하러 갔더니
봉분 언저리 보초 서있는
땅벌 몇 마리 날아와 불심검문을 했습니다
차마 손자라는 말 하지 못한 채
가자미처럼 엎드려
벌들에게 먼저 술 한 잔 부어줬습니다
억새풀이 허기진 듯 덥석 받아마셨습니다
또 한 잔 부어 할머니 머리맡에 받혀놓았더니
술은 바람이 와서 마시고
안주는 개미가 먹었습니다
살아생전, 제사상에 올렸다 숨겨둔 오징어 구워
몸통은 날 주고 뒷다리만 우물우물하시던 할머니
저 개미들조차 손자처럼 보이시나 봅니다
취기 오른 벌들도 할머니 등에 업혀 춤을 춰댑니다
나도 덩달아 어깨춤 덩실덩실 추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