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어머니
얼마 전 외딴 곳 홀로 이사 가셨다
기별 뜸하시더니, 그 사이
저승꽃 거뭇거뭇 핀 노보살 몇 분
대엿새 묵어가셨단다
오줌 줄 같은 긴 대롱
거죽으로 다 드러내놓고
세 들어 사는 기름보일러가 그런다
혈압당뇨 수치보다 더 무서운 게
집주인 눈치 보며 사는 거라고
팔다리 저리고 뼈마디 쑤셔도
그러려니 하고 살았는데
이제 몸 져 누우실 거라고
느닷없이 바람 찾아와 그런다
속 골병든 노구 끌고
지 짝 없이 오래 살다보면
자식 놈들마저 업신여긴다고
이젠 영영 멀리 떠나자고
지난겨울 아버지 제사상에
그 흔해빠진 소고기 한 점 없다며
먼 산만 바라보시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