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채널

그리운 옛집

김욱진 2013. 10. 17. 21:09

        그리운 옛집

 

 

 

달포 전 새집으로 이사를 왔지만

옛집으로 자꾸 발길이 가닿는 이유는

20여 년간 손때 묻은

문고리가 아직 나를 잡아당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지방 틈에서 세 들어 사는

잔 개미들이 여태 이사를 가지 못한 속사정도 궁금하지만

간통죄 누명 덮어쓰고 담벼락 한 모퉁이 글썽거리고 있을

담쟁이넝쿨의 눈망울이 자꾸 달라붙기 때문입니다

한여름 밤 아들놈 기타 연주소리에

깜빡 깜빡거리던 반딧불이의 춤사위와

지난 늦가을 내 곁에서 몇 날밤 지새고 간

귀뚜리 울음소리쯤이야 시나브로 잊어진다 하더라도

몇 해 전 겨울 어느 날

집 뜨락에 주워다 심은 석류나무 한 그루가

아직도 나를 주인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보다 더 절박한 이유는

아들딸 낳아 품고 살던 옛 둥지가 머잖아

테크노폴리스 제물로 받쳐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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