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離鄕
저, 넉넉한 정오의 들판이 먼저 눈치를 챈다
함께 울고 웃고 부대끼던 용봉리*사람들
거센 문명, 아니 운명의 파도에 휩쓸려
어디론가 하나 둘씩 떠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심기할 이맘때면 두 발 걷어붙인 채
무논으로 써레질하듯 걸어 들어와
새참 얻어먹으며 우포늪 소식 들려주던
흰 두루미 떼마저 발걸음 뜸하다는 사실을
초여름 들판이 먼저 눈치를 챈다
밤이면 밤마다 타는 목마름으로**
논배미 언저리 모여들던 개구리 울음소리
갈수록 사그라져간다
머잖아 길거리 홀로 나앉게 될 벌판
허허, 겁劫 없이 자란 잡초들만 신나겠다
*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에 위치한 마을로, 현재 테크노폴리스 지역으로 개발 중임.
* * 김지하의 詩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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